최근 본 영화들
아이엠 히스레저 이후로 5편의 영화를 봤다. 러빙빈센트, 오 브라더 오 시스터!, 캐롤, 하이힐, 그리고 꿈의 제인이었다.
그 중 제일 좋았던 영화는 꿈의 제인이었다. 청룡에 구교환 배우가 신인남우상으로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아쉽게 상을 받진 못했는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을 보고 궁금증에 보게 되었다.
보고 난 후의 감상은 일단 여운이 남는다는 것이다. 소현때문도 아니고 지수때문도 아니다. 꿈의 제인답게 제인의 연기때문에 여운이 남았다. 초반에 나오는 제인은 현실이 아니라 소현의 상상인 것 같다. 제인팸은, 그러니까 지수도 대포도 쫑구도 제인도 모두 소현이 마음을 붙였던 사람들인데 결국은 홀로 남아버린 소현의 상상인 것이다.
소현의 상상에서 제인은 자살을 택하고 남은 제인팸은 제인을 야산에 묻는다. 제인이 즐겨들었던 노래를 틀어주고.
현실은 팸의 우두머리인 아빠가 달가워하지 않던 지수를 방에 가뒀고 탈출을 하려던 지수는 결국 죽게된다. 사실 탈출인지 자살인지는 모르겠다. 분명 자신은 탈출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겠지만 자신이 여기서 죽게된다면 그 동안 동생과 살기위해서 모아두었던 돈이 팸 멤버들의 손에 들어갈까봐 짐을 모두 던지고 자신도 뛰어내린 것인지, 아님 정말 탈출을 하려다 떨어져 죽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모든 짐을 먼저 던져놓은 걸로 봐선 나는 탈출쪽으로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죽은 지수의 시신을 수습해와서 팸들은 지수를 야산에 묻는다. 소현의 상상에서 제인을 묻었던 그 산에 말이다.
소현은 사람들과 같이 있고 싶어하지만 방법을 몰랐다. 제인은 정호를 따라온 소현을 보고 무엇인가를 느꼈기에 뉴월드의 손님에게 찍어주는 도장을 소현에게 찍어주고 노래를 불러줬던걸까.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던걸까.
제인은 노래를 부르기 전에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죽지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그리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만나요. 불행한 얼굴로, 여기 뉴월드에서.”
이 말이 모든 관객을 위한 말이었을까 소현을 위한 말이었을까. 여운이 남을 수 밖에 없는 영화였다.
그 다음으로 좋았던 영화는 오 브라더, 오 시스터! 였다.
이 영화는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성인들의 성장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이차이가 좀 나는 동생을 학생때 부터 키워온 누나와 누나가 이렇게 사는 건 자기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동생의 이야기다.
극 중 동생은 그림책 작가를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되어 작가가 글을 쓸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그러는사이에 둘 사이는 묘하게 변하는데 동생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도망을 친다. 누나에게 미안하다는 이유로.
친구와 술을 먹고 나서 자신이 누나를 생각한다는 것이 누나를 더 힘들게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림책 작가와 만나자는 약속을 잡는다. 하지만 자신이 엉거주춤한 사이에 사이는 틀어져 결국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되고 좌절하게 된다.
누나는 동생때문에 사고로 앞니의 신경을 다쳐서 컴플렉스인채로 살아가고 있다. 남들과는 다르게 예쁘지도 않고 키가 크다는 이유도 더불어서 말이다. 그렇게 살아가던 누나에게도 사랑은 찾아오지만 역시 좌절되고 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금방 평소처럼 돌아와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성장은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영화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과거에 얽매여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그 얽매였던 과거를 이겨내고 살아가자는 내용을 담은 영화인 것 같다.
캐롤은 주변에서의 반응과는 다르게 나에겐 별로였던 영화였고 러빙 빈센트는 고흐의 이야기를 듣고 다니면서 고흐에 대한 시각이 변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새로웠다. 무엇보다 새로운 건 영화를 표현한 방법이지만.
하이힐은 크라임씬3을 다 보고 갑자기 장진의 영화를 보고 싶단 생각에 보기 시작했는데 무엇보다 차승원이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캐롤에서 케이트 블란쳇의 눈빛과는 다른 종류의 눈빛연기였는데 캐롤의 눈빛에는 그녀를 사로잡겠다는 생각이 보였다면 지욱(차승원)의 눈빛에는 차곡차곡 쌓인 슬픔이 보였던 것 같다.
극중 조덕배 배우의 대사 중에 "그 눈빛은 뽕 아니면 써클렌즈입니다."라는 대사가 있었다. 영화 속 캐릭터들도 언급할만큼 지욱의 눈빛은 압권이었다. 영화 캐롤 속 캐롤의 눈빛보다 사실 더 좋았다.
그런데 왜 꼭 여성스러움은 새끼손가락을 들어올림으로 보여지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여성스러움이니 남성스러움이니 이런 단어를 쓰긴 싫지만 대체할 단어가 생각이 안나므로..)
지욱의 자신안의 여성성을 억누르면서 마지막 자신과 타협을 본 것이 새끼손가락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젠더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게끔 하는 영화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