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영화 다 유명한 영화였지만 TV 영화 채널에서 해주던 걸 조금씩만 봤을 뿐 어떠한 내용인지는 전혀 알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올드보이가 보고 싶어져서 올드보이로 시작해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 순서로 정주행했다. 영화를 보다보면 유명하고 평이 좋고 남들이 재밌다고 해서 내가 100% 다 재밌지 않은, 지루한 부분이 있네 싶은 영화들이 많았다. 하지만 복수 3부작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끝까지 봤다. 2시간 정도 하는 영화들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반전에 반전이 있는 영화라고도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물흐르듯이 진행되는 이 영화들이 지루하지 않고 10년은 훌쩍 넘은 영화들이 센세이션으로 다가왔을까.
복수의 시작은 복수는 나의 것으로, 누나의 신장 기증자를 찾기 위해 장기밀매하는 곳으로 찾아가지만 사기를 당하고 나타는 기증자는 돈이 없어 수술도 못하고 공장에서까지 짤리고 이래저래 되는 일 없던 류는 친구의 부추김으로 유괴를 했고 유괴당한 아이의 실수로 아이는 익사한 채 발견 된다. 그로부터 복수가 시작된다. 자신이 사기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누나도 신장 기증 받고 살았을 거란 생각에 사기를 쳤던 이들을 찾아가 죽이고 두진은 딸을 죽인 류를 죽이려고 한다.
복수는 복수의 꼬리를 물고 영화의 결말까지 꼬리를 문 복수가 이어졌다. 찝찝하면서도 통쾌한 건 왜 일까. 항상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어찌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분노만 표출하는 것들만 봐오고 느껴왔기 때문일까. 올드보이나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몇년이 걸리든 상관없이 자신의 복수를 위해 준비해왔다. 우진은 15년 동안 대수를 감금하면서 미도를 지켜보며 자신의 완벽한 복수를 위해 준비를 한다. 금자도 마찬가지다. 억울하게 자수를 하고 들어간 순간부터 금자의 복수는 시작되었다. 착한사람 코스프레를 하며 교도소 안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 세 영화 모두 보고 난 후엔 음울함과 어수선함을 느끼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통쾌함을 느낀다. 영화 '분노' 속에서 느끼던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느끼던 분노와는 다르게 박찬욱의 복수 3부작에서는 어딘가는 찝찝하지만 통쾌한 복수를 이루어냈다. 완벽한 복수는 없을 것이라는 나의 생각과 들어맞는 영화들이다.
아가씨를 봤을 땐 아가씨뽕에 차있다가 금방 식었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라는 대사뽕에 차있었던 것이 맞는 거겠지. 아가씨 영화는 좋았지만 그렇게 내 취향은 아니었다. 김민희 화보 영상집이라고 할 정도로 예쁜 걸 예쁘게 보이고 여성 캐릭터 두명이 자유로 향하는 건 무척 좋았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스토커도 보면서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군가 아가씨를 보더니 박찬욱 영화치고는 하이틴 무비같단 비유를 했었는데 그래서였을까 나는 복수 3부작의 영화들이 더 좋았다. 내가 그런 음울한 것 같은 영화들을 좋아해서일 수도 있고.
뒤늦게 본 게 후회가 될 정도로 이틀 동안 재밌게 봤었다. 이런 건 친구들이랑 보면서 이야기 나누고 싶지만 내 취향과 맞는 친구들이 없고 애인도 썩.. 안좋아해서 그냥 나 혼자 보고 이렇게 블로그에 쓰고 있다. 인상깊었었던 장면들을 말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뭐 어쩔 수 없지. 혼자 쓰는 걸로 만족해야지.
누나를 죽게 한 장기밀매꾼들을 죽이고 신장을 꺼내가 씹어먹은 류와 자신의 딸을 유괴해 죽게한 범인의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죽인 동진, 그리고 영미의 복수를 한 영미네 조직. 유괴 당했다는 사실은 모른 채 아빠가 바빠서 자신을 맡겼다고 생각한 유선이와 유선이를 놀아주던 장면들. 자신이 놀렸던 그 세치혀를 짜르던 오대수와 엘리베이터에서 총으로 자살한 이우진. 처음엔 머뭇거렸지만 범인의 말을 듣고 찔러버린 피해자 가족들과 자신이 벌인 복수극을 관찰하는 금자씨.
세 영화에서 제일 기억에 남았던 장면들이다. 류와 영미가 유선이와 찍은 사진들을 보면 활짝 웃고 있는 것이 그들도 그때는 행복했지 않았을까 싶었다. 금자씨는 제니가 내미는 케이크의 생크림을 먹지 않는다. 자기는 깨끗해질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복수는 끝냈지만 영혼은 구원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진은 복수를 끝냈지만 자살을 해버리고 완벽한 복수란 게 있을까 또 한 번 생각해봤다. 복수는 어쩔 수 없이 사람의 마음 속에 통쾌함과 찝찝함을 남기는 것 같다. 복수를 하지 않더라도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여서 살아갈텐데 통쾌함이라도 느끼는 것이 좋은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복수 시리즈 정주행을 다 끝내면서 이상일 감독의 분노가 떠올랐다. 이 네 영화는 꼭 봤으면 한다.